글조각

아이유 인터뷰 발췌 20200323

yesno 2020. 4. 29. 00:00

Lucky Spring (아이유)

아이 때부터 어른이었던, 몸은 작아도 생각은 큰 사람. 구찌 앰배서더 아이유는 안전했던 자기만의 세상을 이제 보다 넓고 다르게 만들어가길 꿈꾼다. 그 확장의 순간에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음악을 완성하고 공연하는 희열과 연기를 해내는 희열은 어떻게 다른가? 한 곡이 작업실부터 녹음실을 거치는 과정과 촬영장에서 연기가 여러 차례 테이크를 거칠 때의 과정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낀다. 판단을 거듭해 최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지가 생긴달까? 물론 내 부족함에서 오는 괴로움도 그 시간만큼 많이 겪지만, 그런 시간들이 가장 심장이 빨리 뛰고 피가 도는 순간인 것 같다. 그런데 공연은 이와 아주 다르다. 판단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냥 가는 대로 가게 된다. 오늘 공연의 방향성은 어떤 식으로 가고 싶다고 관객과 상의 할 일도 아니고, 주도권은 관객이 쥐고 있다. 나로서 는 내가 준비한 걸 실수 없이 꺼내놓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그런 경우에는 그저 관객들이 날 데려 다주는 곳으로 따라가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음악과 연기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비유와 설명을 당신이 해준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아이유의 일기장이나 메모장을 엿보고 싶은데… 최근 넉 달 정도 일기를 안 썼다. 요즘 약간의 무기력감, 권태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안 하던 짓을 좀 해보려고, 열다섯 살 연습생 때부터 하루도 안 빼놓고 쓴 일기를 잠깐 멈춰봤다. 나에겐 일종의 탈선이다. 습관처럼 지켜오던 나만의 규칙을 하나씩 놓아버리는 것. 그래도 내 세상이 크게 안 무너지더라.

 

남은 모르는 나만의 규칙과 공식이 내 생활을 지탱하는 것만 같은데, 거기서 기둥 하나 빼도 내 집이 안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았나? 잊지 않으려고 애쓰던 것들이 제법 있었다. 일기도 내겐 그런 노력의 하나였다. 이제 자연스레 잊히는 것들은 좀 잊고 싶다. 그래도 될 것 같다.

 

메모나 일기장, 혹은 뱉는 말을 보면 유독 자주 사용 하는 단어와 표현이 있게 마련이다. 무의식중에 잘 쓰는 그 말이야말로 그 사람의 중요한 가치관을 심은 말 같다. 아이유에게 그런 단어가 있나? 빈도수로 치자면 ‘아무래도’를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은데… 그럼 나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셈인가?(웃음). ‘흥미’, ‘매력’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게 바로 심심함이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힘들거나 슬픈 게 낫다. ‘책임감’이라는 말도 많이 쓴다.

 

괴로울 때면 하는 뭔가가 있나? 괴로움에 대응하는 아이유의 작은 규칙 혹은 패턴. 괴로운 일에 직면하면 설거지를 한다. 접시가 뽀드득 뽀드득한지 문지르는 게 당장 가장 중요한 일이 되면 조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일이 별로 위협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설거지를 다 마치면, 큰일도 아닌데 괜히 성취감까지 들어서 스트레스가 조금 사라지기도 하고.

 

가사를 쓰거나 작업하다 괴로울 때면? 가사 쓰기 멈추고 설거지하면 될까? 김이나 작사가님이 알려준 방법이 있다. 가사를 쓰다가 말들이 내 것 같지가 않고 어렵게 느껴질 때는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한번 찾아보라고. 예를 들어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중 ‘생각의 옛말’이나 ‘애틋하게 그리워하다’라는 설명이 있다. 그럼 ‘사랑은 본질적으로 부재에서 비롯되나?’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지. 그런 접근으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건데, ‘외로움’에는 반대말이 없다. 외로움을 무찌를 수 있는 건 없나 보다. 이제 ‘외로움의 반대말을 찾아서’ 라는 새로운 주제를 하나 킵할 수 있는 것.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건 어떤 과정이고 의미인가? ‘내가 아이유의 주인이다’라는 의미? 하하.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즐겁고, 가장 힘들고, 가장 의미 있고, 또 가장 경제적인 일이지.

 

최근에 꽂힌 화두가 있나? ‘빅 사이즈’. 나는 어릴 때부터 음악은 이지 리스닝, 책이나 영화는 기승전결의 폭이 크기보다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엔 왠지 넓고 큰 이야기에 더 흥미가 간다. ‘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가창을 할 때도 깊고 낮은 소리까지 넓게 쓰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항상 작고 안전했던 내 세상을, 조금 위험하더라도 크고 넓게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아이유가 김창완이나 조덕배의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최백호와 듀엣을 할 때 익히 곡 해석력을 확인했지만, 혹시 남들이 쉬이 짐작하지 못할 장르나 스타일에 보컬로 도전하는 상상을 해본 적 있나? 트로트에 접근한다거나. 내가 한 장르에 특화된 음악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최근 낸 곡들만 해도 전부 제각각이고,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장르라는 개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트로트, 좋다. 요즘 <미스터 트롯>을 보는데 너무나 익숙했던 트로트 곡의 가사를 제대로 읽어보다가 ‘이렇게 깊이 있는 가사였구나’, ‘와, 이 정도로 무게 있는 말을 이런 소리와 표정에 툭툭 띄워 부르는 음악이 트로트였구나’ 싶어서 새롭게 이해하고 있다. 내공이 단단해지면 트로트에는 무조건 도전해보고 싶다. 힙합은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많고 쓸 수 있는 마디 수도 엄청나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늘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이달 <더블유> 커버 모델이 아이유라고 했더니 어느 알 만한 방송 피디가 꼭 좀 물어봐달라더라. 아이유 당신은 자신이 비범한 인간이라는 걸 언제 어렴풋이 라도 깨닫게 됐냐고. ‘제가 비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니까 내가 더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고. 푸하하. 겸양 떨지 않고 솔직히 대답하자면, 언제가 처음이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마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무렵 웅변대회에 나가서 대상을 탔을 때인 듯하다.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은데 어릴 때는 사람들 앞에 서는 매 순간이 눈 돌아갈 만큼 설레고 신났다. 긴장감까지도 너무 좋았지.

 

10대 시절과 부모님’이라고 하면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나? 돌이켜보면 내 10대 시절은 회색이다. ‘고됐다’는 정도가 알맞을 것 같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너무나 상반되는 조합의 귀여운 캐릭터들 같아서. 엄마에게는 뭉클한 느낌도 들지만, 아빠는 떠올리기만 해도 웃기다. 아빠랑 내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아빠는 일단 열심히 혼자 헤엄쳐 나가실 거다. 나는 우리 아빠가 떠올리면 아련해지기보다 웃음 나오게 하는 아빠라서 참 고맙다. 같이 물에 빠졌을 때 나 안 구해주셔도 되니까 평생 그렇게 사셨음 좋겠다. 내 인생에 제일 큰 선물 같다.

 

지금의 아이유가 그 무렵의 아이유에게 한마디해줄 수 있다면, 뭐라고 할까? 걔가 나보다 언니라 감히 해줄 말이 없다. 걔 덕에 내가 지금 잘살고 있거든. 그냥 난 이제 어떻게 사는 게 좋겠냐고 물어보고 싶다.

 

이지은은 아이유가 이렇게 훌륭한 아티스트로 잘 성장할 줄 알았나? 아이유가 지금의 아이유로 살고 있는 건 운명일까? 그동안 받아본 질문들 중에 오늘 받은 질문들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 어렵지만 재밌고, 솔직하게 대답하고 싶어서 고민하게 된다. 음, 나도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줄 몰랐다. 어릴 적 내가 바라던 것 이상으로 지금이 훨씬 근사하다고 본다. 사람들이 들어주는 음악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훨씬 멋진 일이더라고. 더 솔직하게 말할까? 나 까짓 게 아아이유씩이나 된 건 너무나 신기하고 대견한 일이지. 이 상황에 넘치게 만족하고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아직 나의 작업물에는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한다. 운명이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한다면, ‘반만 그렇다’고 대답해야겠다. 기대 이상으로 잘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훌륭한 아티스트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하지만 나의 이런 성격과 설명할 수 없는 운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건데, 사람의 타고난 성격이나 운은 스스로 어떻게 하기 힘든 거잖아? 그러니까 운명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하하.

 

어떤 인간들에게 질투를 느끼나? 나보다 훨씬 더 부지런한 사람들. 그러면서도 그 생활에 불만이 없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내가 참 무력해진다. 스스로가 못나게 느껴지고,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고. 그리고 천재 부류. 내가 너무나 애써야만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을 툭툭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 그렇기 때문에 나와는 전혀 다른 고민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아이유의 약점은 뭔가? 사실 아주 게으르다. 의지박약이다. 도전 같은 걸 즐기는 타입도 아니고,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 아니면 그 상황에 잘 동화되거나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잘 즐기는 사람을 동경하고 질투하는 것 같다.

 

게으르고 의지박약이라는 아이유에게 ‘완벽에 가까운 행복’이란 어떤 상태인가? 밥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두꺼운 판 초콜릿을 먹는 중인데 아직 위에 여유가 있을 때.

 

거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예전에는 극구 부인했지만 요즘 들어서 인정하게 됐다. ‘참 내 동생이랑 똑같이 생겼구나.’

 

언젠가 노래로 말했다,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 물기 있는 인간이 되는 것, 그래서 촉촉하게 늙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나이 들수록 깨닫는다. 아이유를 건조 하지 않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뭔가? 가슴을 막 뜨겁게 만들어주는 것. 이를테면 가끔 찾아오는 사랑이나 야망? 푸하하! 하지만 그런 게 스팀 다리미처럼 뜨거우면서도 자동 가습 기능이 있지.

 

예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변화들 속에서도 당신이라는 사람의 가장 중심에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게 있나? 좋은 거로 얘기하자면 책임감. 그것이 게으른 나를 여기까지 멱살 잡고 끌고 온 일등 공신이다.

 


출처: http://www.wkorea.com/2020/03/23/lucky-spring-%EC%95%84%EC%9D%B4%EC%9C%A0/?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

 

인간 구찌 아이유의 더블유 4월호 커버 화보 풀버전 공개

아이 때부터 어른이었던, 몸은 작아도 생각은 큰 사람. 구찌 앰배서더 아이유는 안전했던 자기만의 세상을 이제 보다 넓고 다르게 만들어가길 꿈꾼다. 그 확장의 순간에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푸른색 테일러드 재킷과 팬츠, 흰색 셔츠, 구찌 로고 헤어핀, 검은색 구찌 1955 홀스빗 백은 모두 Gucci 제품. 라벤더 색상의 시스루 롱 테일 톱과 붉은색 코듀로이 팬츠, 홀스빗과 체인 장식의 메리제인 스트랩을 더한 발레리나 슈즈는 모두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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