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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경의 노래 가사 모음.txt

넌 달라, 튕기지 않아, 괜히 바쁜 척하지 않아. 전화를 한번에 받아 카톡을 바로 확인해 답장이 너무 빨라 깜짝 놀라 너 같은 남자 귀해 세상에 없어 네가쓰는 퍼퓸 해무트랑 리미티드더라 네 빛바랜 무스탕 역사가 있어. 스토리 있어 진정성 있어 섹시해. 네 욕실에 구겨진 베쓰가운 베개에 떨어진 네 머리카락 너네 집 가족사진, 그 안에 반듯한 네 미소 한겨울에 검게 탄 네 얼굴 돌프돌프 루돌프, 우리 루돌프 언니언니 언니쓰, 우리 언니쓰 루돌프야 사슴코야 울면안돼 셔럽 우는 아기 선물안줘 돈크라이 셔렵

글조각 2020.05.16

[회화] 오우암

한번도 그림을 배운적 없다. 12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을 중퇴하였고, 해병대에 복무했다. 수녀원에서 30년간 일했다. 수녀원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녀원 보일러실에서 에나멜 합판에 에나멜로 잡지에서 본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딸이 미대에 다니자 딸이 쓰다 남긴 캔버스와 물감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기초수급자로 어렵게 살아가는 그는 부족한 화구를 아끼는 습관이 몸에 남아있어 지금도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림 위에 덧칠을 한 뒤 새로 그림을 그린다. 그는 한결같이 자신의 유년시절을 그렸다. 고통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시리도록 아름다운 아픔을 그는 풍경으로 그린다. 세련된 색감이나 유려한 테크닉은 없다. 그는..

그림 감상 2020.05.05

어떻게든 살았어야 했다.txt

엄마는 아빠다리를 겨우 가리는 상에 놓인 라면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이미 라면은 퉁퉁 불어버린 지 오래였다. 한껏 구불구불하던 면발이 이젠 거의 직선 모양이 다 됐다. 조그만 종지에 담긴 쉬어 빠진 김치에서 특유의 시큼한 산 냄새가 올라왔다. 엄마는 신 김치 못 먹는데. 엄마 대신에 종지를 저 옆으로 밀어버리고 싶었으나 나는 그러질 못해 그냥 가만히 놔두었다. 한참 동안 맹하게 있던 엄마가 초점 없는 눈을 끔뻑댔다. 라면을 먹으려는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님 아직까지도 습관을 고치지 못한 건지 라면은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나는 부디 그 이유가 후자가 아니길 바랐다. 옛날엔 입이 두 개라 코딱지만한 라면사리 하나도 퉁퉁 불려 먹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니.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부터 입버릇..

글조각 2020.05.03

내친구 20살에 자살했는데.txt

오늘 기일이어서 좀 전에 납골당 다녀왔음 기분도 울적한데 얘 이야기는 다 쉬쉬하는 분위기라 어디 얘기할 사람도 없어서 글써봄 18살때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는데 옆자리 앉아서 친해짐. 얼굴 하얗고, 쌍커풀 없고, 입술이 정말 그린것처럼 예뻤음. 이러니까 무슨 첫사랑 얘기하는 거 같네. 전체적으로 청순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처연하다 그래야되나, 그냥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괜히 말걸기 힘들고 그랬었는데. 난 지금까지도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 못봄. 그때는 어린마음에 좀 부러웠는데, 그런 분위기는 흉내내도 못가지는 거니까 지금생각해보면 얼마나 맘고생을 했으면 17살 짜리애가 그런 분위기가 났을까 싶음. 낯가리는 편이었는데, 친해지면 잘웃고 농담도 잘하고. 아 특히 웃을때 애기같이 ..

글조각 2020.05.02

드라마 도깨비 시놉시스. txt

도깨비 김신(939세로 추정) 그의 이름은 복선이었고 스포일러였다. 백성들은 그를 신神이라고 불렀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채 푸르게 안광을 빛내며 적들을 베는 그는 문자 그대로의 무신武神이었다. 덕분에 숱한 전쟁에도 백성들은 두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평화로운 밤이 계속될수록 백성들은 김신이 왕인 꿈을 꾸었다. 그는 적의 칼날은 정확하게 보았지만 자신을 향한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은 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죽었다.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午時. 영웅으로 살다 역적으로 죽어가며 바라본 하늘은 시리도록 맑았다. 천상의 존재는 상인지 벌인지 모를 늙지도 죽지도 않을 생을 주었고, 그로부터 939년 동안 김신은 도깨비로 살았다. 심장에 검을 꽂은 채로. 죽었던 순간의 고통을 오롯..

글조각 2020.05.02

엄마, 엄마 딸이 많이 아파.txt

엄마, 엄마 딸이 많이 아파.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 같아. 사실 아픈지도 잘 모르겠어. 왜 몸이 아프면 이를테면 머리가 아프구나 바로 알잖아. 손을 이마에 짚어보고 열은 나나 안 나나 보고. 이가 아프면 며칠을 끙끙 고민하다가도 결국 치과에 가지. 근데 마음이 아픈 건 그렇지가 않아서 내가 마음이 아픈 건지 아님 나약한 건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감정기복이 심한 건지 시험기간이라 힘든 건지 몇 분 있으면 금방 나아질지, 도통 모르겠어. 마음이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다. 무엇보다 겉으로는 티가 안 나. 아무렇지 않게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안 반가워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숙제를 하고 시험공부를 하고 혼자 밥을 먹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자취방으로 돌아와..

글조각 2020.05.01

눈사람 자살 사건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 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

글조각 2020.04.30

서강준 GQ 인터뷰 발췌 20181226

배우 서강준과의 낮고 조용한 대화 서강준은 존재와 고독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빛보다 어둠이 편한, 기척 없이 움직이는 한 남자. 눈이 묘하네요. 그래요? 색이 옅어서 홍채 무늬가 보여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아주 어릴 때부터. 저처럼 눈동자가 밝은 사람은 체질적으로 햇빛이 안 맞는데요. 햇빛을 받으면 어떤데요? 힘이 빠져요. 집에선 암막 커튼 쳐놓고, 밤엔 형광등 대신 약한 불빛만 켜요. 야행성인가요? 보통 새벽 5시쯤 자고 낮 12시쯤 일어나는 리듬이에요. 밤은 오롯이 제 시간이에요. 고양이들이랑 놀다가, 적적하면 책도 들춰보고, 숨 쉬는 것도 느껴보고. 그냥 시간이 흐르게 둬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 같네요. 맞아죠. 친구도 몇몇이 전부예요. 사실 제겐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

글조각 2020.04.30

운동화만 신는 친구.txt

최근 한 교수님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교수님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요새 무얼 하고 사느냐고 질문하셨다. 막 기말고사가 끝나 지쳐있던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 하는데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알바나 과외 같은 걸로 용돈을 번다고 대답했다. 우리의 대답을 들은 교수님은 혀를 끌끌 차셨다. 요새 아이들은 참 낭만이 없다고 했다. 시험기간이 되어 공부하는 건 이해한다고 해도, 바쁘 지 않을 떄에도 스마트폰만 뒤적이고 카페에서 노닥거리기만 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방학에 여행이라도 떠나라고 하셨다. 훗날 떠올리면 여행했던 날들만 기억에 남지, 이렇게 공부나 하고 알바하며, 커피마시고 카톡 하며 빌빌대는 삶은 다 부질없다고 하셨다. 나도 교수님의 말씀에 부분적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알바를 끝내고, 커피한잔씩 ..

글조각 2020.04.30

아이유 인터뷰 발췌 20200323

Lucky Spring (아이유) 아이 때부터 어른이었던, 몸은 작아도 생각은 큰 사람. 구찌 앰배서더 아이유는 안전했던 자기만의 세상을 이제 보다 넓고 다르게 만들어가길 꿈꾼다. 그 확장의 순간에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음악을 완성하고 공연하는 희열과 연기를 해내는 희열은 어떻게 다른가? 한 곡이 작업실부터 녹음실을 거치는 과정과 촬영장에서 연기가 여러 차례 테이크를 거칠 때의 과정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낀다. 판단을 거듭해 최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지가 생긴달까? 물론 내 부족함에서 오는 괴로움도 그 시간만큼 많이 겪지만, 그런 시간들이 가장 심장이 빨리 뛰고 피가 도는 순간인 것 같다. 그런데 공연은 이와 아주 다르다. 판단이라는 걸 할 ..

글조각 20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