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홍진경이 쓴 편지를 봤다. 나는 정신이라는 사람을 모르지만 그 사람이 정말 부러워졌다. 이런 편지를 생일선물로 받다니. 홍진경이 쓴 다른 글들도 있어서 읽어봤는데 글이 참 따뜻하다. 그녀는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흰 쌀밥에 가재미얹어 한술뜨고 보니 낮부터 잠이 온다. 이 잠을 몇번 더 자야지만 나는 노인이 되는걸까. 나는 잠이들며 생각한다. 다시 눈을뜨면 다 키워논 새끼들이랑 손주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수고스러운 젊음일랑 끝이나고 정갈하게 늙는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날의 계절은 겨울이였으면 좋겠다. 하얀눈이 펑펑 내려 온통을 가리우면 나는 그리움도 없는 노인의 걸음으로 새벽 미사에 갈 것이다. 젊은날 뛰어다니던 그 성당 문턱을 지나 여느날과 같은 용서를 빌고 늙은 아침을 향해 걸어 나올 때 그날..